아카이브랩의 인터뷰와 기사를 모았습니다.
여러분은 아카이브(Archives)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누군가 아카이브와 기록의 차이점에 대해 묻는다면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나요?
2022 판 교육 #3 <활동가 아카이브 101, 현장과 아카이브가 만날 때>가 10월 4일~5일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아카이브의 개념, 역사, 특징부터 실무 적용 방법까지!
알차게 진행된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번 교육은 아카이브랩(https://archivelab.co.kr/)의 안대진 대표가 맡아 주셨어요. 아카이브 연구소 ‘아카이브랩’은 2016년 창업 이래 여러 시민단체들의 아카이브 구축과 관리에 함께해 오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아카이빙이 필요하지만 자원의 한계가 있는 시민단체에 적정한 아카이브 솔루션을 제공하고, ‘오픈 소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해요. 이런 면에서 ‘대체로 무해한’ 아카이브 연구소라는 설명을 덧붙여 주셨어요.
1일 차 제목은 <게릴라 아키비스트가 역사를 구한 방법>인데요. 아카이브의 개념, 역사, 특징을 짚어보고,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아카이브의 모든 것: 아카이브와 기록의 개념, 아카이브란 무엇인가?
아카이브 vs 기록
‘아카이브와 기록의 차이점에 대해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흠칫! 했던 분들은 주목해 주세요. 사실, 저도 아카이브(Archives)와 기록(Records)의 개념이 다소 헷갈렸지만,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정리할 수 있었어요.
기록이란 업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것으로, 행위의 증거나 정보적 가치를 포함합니다. 업무, 활동을 하면 자연히 기록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 누구도 기록을 위해 활동하지 않으니까요.
아카이브란 총 세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기록의 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보존기록, 보존기록 관리기관, 기억저장소인데요. 최근에는 보존기록, 보존기록 관리기관에서 기억저장소로 아카이브의 의미가 확장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출처: 활동가 아카이브 101 교육 자료 '게릴라 아키비스트가 역사를 구한 방법'>
활동가 아카이브 101 후기 1회
[활동가 아카이브 101 후기 / 1회] 게릴라 아키비스트가 역사를 구한 방법
게릴라 아키비스트가 선택한 오늘의 무게
기록은 늙지 않는다. 사건은 시간과 공간의 조건 속에서 가능하지만, 사건의 기록은 영원성을 갖는다. 매일같이 수집되고, 기록되고, 어떤 가치에 따라 일부만이 선택되어 최후에 보존되는 기록, 아카이브의 이야기이다.
아카이브랩 의 사무실이 위치한 청운동 오르막길을 오르며, 로이스 로리(Lois Lowry)의 소설, 『기억전달자(The Giver)』를 떠올렸다. ‘사물 저 너머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 소년 조너스는 기억 보유자로 선택되어 세계 전체의 기억을 전달받는다. 그에게 기억을 전달하는 ‘이 일’의 가장 중요한 의미가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라 말하는 기억전달자. 그가 망설이는 조너스에게 되묻는다.
“중요한 건, ‘선택’ 그 자체란 말이지?”
선택하는 자격과 책임을 가진 자가 감당해야 할 무게란 어떤 것일까? 민간영역 아카이브 활성화를 목표로 2016년에 시작된 아카이브랩은 누구에게나 대체로 괜찮은 연구소이고자 하는 바람으로 만들어졌다. 1997 외환위기, 4.16 기억저장소, 세월호 특조위, 최근의 코로나19 자원봉사 기록 수집 등등 이들의 손을 거쳐 간 수많은 기억들이 영원히 늙지 않는 아카이브로 보존되고 성장하고 있다. 기억전달자가 해가 될 리는 없지 않은가. 대체로 무해한 연구소, 아카이브랩의 발랄한 행보를 묻기 위해 안대진 대표를 만났다.
역사와 기록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대중적으로 넓어진 것 같다. 아카이브랩에 대해 소개해 달라.
아카이브랩은 우선 ‘대체로 무해한 아카이브 연구소’라 말할 수 있다. 한국국가기록연구원의 선임연구원으로 만난 셋이서 시작했다. 처음 회사를 만들 때 더글러스 애덤스(Douglas Noel Adams)의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지구를 ‘대체로 무해함(mostly harmless)’이라고 설명한 표현에서 착안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무엇을 할지 몰랐다. 복잡하고 너무 높은 사양의 아카이브를 만들어서 감당이 안 되어 지속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 놓으면 대체로 무해한, 그런 아카이브를 지향한다. 적어도 ‘해만 끼치지 말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또한 아카이브랩은 게릴라 아키비스트이다. 우리나라 공공기록 관리는 안정적인 자원과 시스템에 기반해서 안착되어 있다. 스스로 비주류이며, 공공에서 잘 다루지 않는 민간영역 아카이빙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우리 연구소는 최근 몇 년 동안 게릴라처럼 30~40개 프로젝트를 닥치는 대로 해왔다. 게릴라 아키비스트라는 표현처럼 작지만 가치 있는 아카이브를 많이 해왔다.
우리나라 공공기록물 관리법이 2000년에 시행되면서, 중앙부처, 행정기관, 지자체에 기록전문가의 의무 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공공 분야 기록관리 부분은 상당 부분 체계화되고 있는 것 같다. 기록전문가를 아키비스트라 불러도 무방한가?
엄밀히 말하면, 아키비스트와 기록전문가 연구직은 다른 것 같다. 아키비스트는 아카이브에서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아카이브와 기록이 혼용되어 사용되곤 하는데, 전통적인 개념의 아카이브는 사실 생산된 기록의 2~5% 정도 사료에 해당하는 보존 기록만을 말한다.공공기록물 관리법에서 규정되는 기록전문가는 오히려 레코드 매니저이다. 레코드 매니저는 아카이브가 아닌 기록센터 같은 곳에서 일한다. 아키비스트가 아카이브 보존 기록을 주로 다루는 전문직이라고 한다면, 기록전문가는 레코드 매니저로서 조직의 기록관리 기능적 역할에 한정된다.한편 랜달 C. 지머슨의 책 『기록의 힘: 기억, 설명책임성, 사회정의』에 따르면 아키비스트는 역사적으로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해왔다. 지배계층의 부나 권력을 인정하기 위한 서류를 보관하는 문지기 역할로서 존재해왔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근현대에 들어서면서 아키비스트는 민주사회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서 부각되고, 아키비스트들의 사회 참여도 점점 강조되고 있다. 예를 들면 카트리나 재난이라든지,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 9.11테러, 월가 점령운동 등의 사건 현장에 아키비스트들이 소속을 불문하고 활동가처럼 참여해왔다. 우리나라는 세월호 참사 때 아키비스트들의 사회참여가 이루어지면서 사회적 책무가 부각되었다. 아키비스트는 기록이 어떠한 맥락을 가지고 있는지를 기술하는 것이다. 아키비스트의 권력이란 아키비스트가 선택한 것만 역사로 남는다는 것인데, 그가 가진 힘을 어떻게 인식하고 실천할 것인가? 아카이브에 남길 기록을 선별하고 평가하는 일, 그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아키비스트는 중립성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기록 문화 강국인 우리나라의 조선왕조실록이 중립적 기술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객관성이나 중립성이라는 실체는 없으며, 가능하지도 않다. 아키비스트 개인의 가치판단에 따라서 이 기록을 남길지 말지 판단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아키비스트가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사운드 디자인 등 음악인으로서의 이력도 소유하고 있다. 어찌 보면 기록관리, 체계적 정리 등의 직무 능력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력인데, 어떻게 현재의 아키비스트라는 직업에 이르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일맥상통한다. IT업계에서도 일했었는데, 꼼꼼하게 정리하는 습관이 있다. 사운드 엔지니어들은 그들만의 정리 매뉴얼이 있을 정도로 굉장히 디테일하다. 작곡할 때 음원 샘플이나 테이크(take)들을 정리하는 것에도 자기만의 체계가 있다. 녹음 파일명을 입력하는 다양한 법칙도 있다. 모든 분야에 기록관리적인 면이 있는 것 같다. 연대기적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도 일맥상통한다.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나 크리스티앙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 같은 현대미술가들은 아키비스트와 밀접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평생 아카이빙을 해온 사람들이다. 예술인이건 음악인이건 뭔가 아카이빙하고 정리하는 것은 성향의 문제이지, 직업의 문제는 아니다.
웹진예술경영 인터뷰
게릴라 아키비스트가 선택한 오늘의 무게 | 아카이브랩 안대진 대표
[문화2] 인류의 기억은 디지털로 전환될 수 있나
안대진/아카이브랩 대표
기록이 걷는 길, 아카이브 ④ 기록물과 WWW, 디지털 아카이브의 시대
보급화 된 개인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일상을 습관처럼 기록한다. 그리고 매체 곳곳에서 ‘아카이브(ARCHIVES)’라는 용어를 어렵지 않게 마주친다. 사실 아카이브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기록 자체’ 혹은 ‘그 기록을 보존하는 기관’을 말하지만, 우리의 일상 속에서는 단순히 자료의 백업·보관 등의 의미로 사용하곤 한다. 이렇듯 용어가 문화 속으로 넓게 파고든 틈 사이로, 은연중에 인지하고 있는 기록과 아카이브의 의미 및 가치를 보다 질적으로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사회적 기억으로서의 아카이브 ② ‘국가’의 ‘기록’, 그 중요성을 말하다 ③ 세계기록문화유산 ‘화성성역의궤’ ④ 기록물과 WWW, 디지털 아카이브의 시대
▲ 뉴욕공공도서관의 디지털 컬렉션 시각화 사례 ,출처 : http://publicdomain.nypl.org/pd-visualization/
인류의 기억은 디지털로 전환될 수 있나
안대진 / 아카이브랩 대표
도서관과 박물관, 아카이브를 기억기관(Memory Institutions)이라 한다. 이들은 인류의 집단 기억인 기록과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기억기관들은 지난 천 년 동안 발전해 온 책이나 유물, 문서의 보존방식을 넘어서, 디지털 전환이라는 역대급 과제를 해결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록은 문서나 사진처럼 눈으로 확인 가능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디지털 기록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트로 이뤄져 있고 데이터와 코드로 구성된다. 심지어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서는 데이터가 어느 스토리지에 저장돼 있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여기서 자연스레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기록을 관리할 책임자는 아키비스트(Archivist)인가 IT 부서인가. 기록은 증거인가 정보자산인가. 과연 기억기관들은 인류의 기억을 디지털로 전환할 수 있는가.
대학원신문 기고
인류의 기억은 디지털로 전환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