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 조지광장에서 발언 중인 그레타 툰베리. EPA/연합뉴스
5일 오전(현지시각) 26 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는 밤새 내린 가을비로 거리에 촉촉한 생기가 더했다. 주말을 맞는 글래스고에서는 이날부터 세계 기후환경단체 활동가들의 시간이 열릴 예정이다. 2일 세계 정상들이 돌아간 뒤 “말잔치는 그만하라”고 목소리를 더욱 높인 이들은 5~6일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와 세계 청소년 기후활동가들이 함께 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FFF) 주최로 ‘기후파업(Climate Strike)’을 글래스고에서 진행한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만나는 대다수의 시민들이 지구 그림이 그려져있거나 시위를 위한 물품을 들고 있었다.
5일 오전 11시30분께 글래스고 서쪽 지역 캘빈 강변에 있는 공원인 캘빈글로브 공원에서 시작한 행진은 COP 행사장 옆 앤더스톤역을 지나 대로인 노스스트리트 다리를 건너 글래스고의 주요 이벤트가 열리는 조지광장까지 2.5㎞를 걸었고 약 2시간 30분동안 이어졌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FFF 청소년 활동가들의 연설이 2시간 이어진 뒤 오후 4시께 마지막으로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발언했다. 행진의 대열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거리를 가득 채웠다.
빨간 점퍼를 입고 무대에 오른 그의 목소리는 매우 우렁찼다. 영어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읽었다. <한겨레>가 지난해 10월 그를 화상으로 인터뷰 했을 때보다 더욱 성장한 느낌이었다. 발언하는 동안 군중들과 눈을 맞추고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줄곧 COP 행사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세계 정상들은) 몇 십년 동안 ‘블라블라’(blah blah)하기만 했다. 그 말들이 지금 어디에 있나? 그들은 계속 화석연료 사업을 계속하고 석유 파이프를 계속 심는다. 최소한의 일도 하지 않는다. 부끄러운 일” 이라며 “그들은 우리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리더이고, 이게 바로 리더십” 이라고 말했다 .
툰베리가 지난 9 월말 청소년기후정상회의 (Youth4Climate Summit) 에서 사용한 “블라블라” 라는 단어는 현지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모습이었다. 이날 시민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더이상 블라블라 하지 마라(No more blah blah)” 라는 단어가 곳곳에서 보였다 .
이날 툰베리는 “COP 가 실패한 것은 비밀도 아니다. 그동안 해 온 똑같은 방법으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있다”며 “사람들이 힘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리더들은 아름다운 말을 하고 그럴 듯한 약속을 하지만 북반구 사람들은 과감한 기후행동을 하기 위한 어떤 약속도 안 하고 있다. COP 는 누군가는 배제 (exclusionary) 하고 있다. 이것은 기후회의가 아니라 그린워싱 페스티발” 이라고 지적했다.
5일 오후(현지시각) 그레타 툰베리와 세계 청소년 기후활동가들의 연설을 듣기 위해 조지 광장에 모인 시민들. 최우리 기자
그는 “미래세대의 목소리는 그린워싱과 공허한 약속 속에 익사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은 우리가 우리 사회를 구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 이라고 덧붙였다 .
이어 그는 “이 불편한 주제를 COP 에서 (세계 정상들이) 이야기 해야한다. (이런 활동이) 지구를 위해서인지, 이전의 생활을 지키기 위해서인지를 우리 스스로 물어야 한다. 힘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환상과 거품 속에 살고 있다. 영원한 성장이 있고 영원한 지구가 있고 기술적 해결책이 갑자기 나타날 것처럼한다. 그러나 역사가 그들을 심판할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공허한 약속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우리, 김민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