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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 거대한 락인 (2022) 한국기록관리학회

제14회 기록인대회. 한국기록관리학회 세션 (2022-11-19)
발표: 임진희(명지대)
임진희-시애틀시 디지털기록 관리에서 얻은 시사점.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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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락인(Lock-In)

토론: 안대진(아카이브랩)
시애틀의 기록관리 방식에 공감과 감탄을 연발하며 발표문을 읽었다. 디지털 기록 생산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디지털 전환이 더딘 우리나라의 공공기록관리와 대비되어 아쉬웠지만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아 희망적이기도 했다. 시애틀은 잘 하는데 우린 왜 못 할까? 이런 관점으로 토론해 보겠다.

1. 기록관의 역할 : 생산체계 연구, 기록 식별, 평가

우선 시애틀과 비슷한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 몇 년 전 한국은행의 아카이브시스템을 설계하면서 국제기구의 아키비스트와 면담한 적이 있다. 다수의 해외 은행과 국제기구들은 기록관리시스템을 구비하지 않고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하 MS) 제품군에서 생산되는 기록을 셰어포인트(SharePoint)를 통해 관리하고 있었다. SharePoint는 MS의 클라우드 협업도구로 개인들이 작성한 문서들이 이 곳에 모이게 되는데 그 안에 ‘Records Center’와 ‘Digital Archives Center’를 만들어 생애주기에 따른 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레코드 매니저의 핵심 역할은 보유 일정(Retention Schedule)을 만들고 교육하는 일이다. 아카이브 단계로 넘어가면 소장목록이나 카탈로그를 공개하는 용도로 아톰(AtoM), 파일의 장기보존용으로 아카이브매티카(Archivematica)를 사용한다.
시애틀과 국제기구의 방식은 기록 생산환경에 따라 자연스레 진화한 결과이다. 많은 정부기관들이 MS의 워드나 엑셀을 많이 쓰다 보니 그에 맞는 기록관리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Outlook에 리텐션 레이블을 붙이거나 소셜 미디어 아카이빙을 위해 ArchiveSocial을 구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새로운 유형의 기록 생산도구나 포맷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생각은 기록 생산기관의 업무 특성이나 조직 문화에 따라 자유롭게 상용 소프트웨어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선택하도록 하되, 업무 과정에서 생산된 모든 것을 기록으로 관리하겠다는 원칙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시애틀과 국제기구의 방식은 기록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기록관리자는 변화하는 기록 생산체계를 연구하여 업무와 관련된 기록을 빠짐없이 가져오고, 적절한 시점에 처분되도록 해야 한다.

2. 거대한 락인(Lock-In) 전략 : MS는 망하지 않는다(X) 신뢰가능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O)

시애틀의 사례를 보며 MS의 제품에 지나치게 락인(Lock-In)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기도 한다. 문서 생산은 MS365, 이메일은 MS Outlook, 심지어 리텐션 스케줄 관리에까지 MS Purview와 Record365를 사용한다. 일반적으로는 이러한 상황이 권장되지 않지만 최근 소프트웨어 업계의 큰 흐름에 비추어 보면 ‘거대한 락인’ 전략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이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의 트렌드이긴 하지만 상용 제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년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들은 개발자들의 사상적 연합체에서 기술적 연합체로, 커뮤니티 주도에서 회사 주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경제적 실리나 사업적 보호막을 얻기 위해 내게 유리하거나 보다 대세인 플랫폼에 의도적으로 락인되는 전략이다. ‘MS는 망하지 않는다’ 라기보다는 ‘신뢰 가능한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의미로 변화한 것이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경우 국제기구들은 ICA를 믿고 AtoMArchviematica를 사용한다. 미국 기록관들은 SAA(미국아키비스트협회)가 홍보하는 ArchivesSpace나 뉴욕 개발자들이 만든 Collective Access를 사용한다. 유럽의 내셔널 아카이브들은 TNA가 선택한 Preservica를 선택한다. 이처럼 아카이브의 소프트웨어 조달은 전략적으로 락인되고 있다. 특정 소프트웨어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해당 커뮤니티가 더 대세가 되도록 자금과 소스코드를 지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록관리나 디지털 보존의 원칙이 수정될 필요는 없을까? 시애틀과 국제기구 사례를 보니 불편을 감수하며 공개된 기록포맷, 인캡슐레이션을 고집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현실에서는 공개된 표준보다 사실상 표준(de-facto standards)이 더 세기 때문이다. MS와 구글은 ‘망하지 않는다’에서 ‘망하면 안된다’, ‘기록관리와 형제다’로 인식이 변해 왔다. 소프트웨어나 기술은 업무 양상을 주도한다. IT 인프라는 클라우드로 전환되었고, 소프트웨어는 RFP 작성해서 개발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서비스를 구독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보존 담당자의 역할은 워크플로우 설계로, 웹 아카이빙 담당자의 역할은 Archive-It의 시드 스케줄링으로 바뀌었다. 기술의 복잡성과 변화속도, 소프트웨어의 지속성과 혁신성이 디지털기록 관리의 주요 변수가 되었다. 신뢰할 수 있는 상용 및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서비스, 라이브러리를 전략적으로 도입하고 키워주는 거대한 락인 전략을 검토해 봐야 할 때이다.

3. 개선 방향

시애틀의 시사점을 우리나라 공공기록관리에 창의적으로 적용할 방안은 무엇일까? 사실 시애틀에서 하고 있는 대부분의 방식은 서울기록원ISP(2016), 국가기록원차세대전자기록관리R&D(2017), 대통령비서실ISP(2018), 대통령기록관ISP(2019)의 보고서를 통해 수차례 발표하고 제안한 내용들이다. 이러한 연구들이 정책에 반영되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 있지만 공무원들의 보수적 태도가 가장 큰 것 같다. 새로운 보존포맷을 제안하면 효율성보다 위험성을 걱정하고, Archive-It 서비스는 100% 아카이빙이 안되어서 민원을 우려하는 식이었다. 이번에도 큰 기대는 없다. 다만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출발이기에 궁금하거나 논의하고 싶은 것들을 아래에 적었다.
Q1. (락인 전략) 우리나라의 공문서는 대부분 ‘한글’에서 작성된다. 그렇다면 한컴(혹은 MS)과 전략적으로 협의하여 기록관리 솔루션(MS Purview나 RecordPoint 역할)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인가? 해외에선 MS, HP, IronMountain 등 민간기업이 내놓은 정부나 지자체용 솔루션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국내 개발역량 등을 고려한다면 지자체가 직접 개발하지 않고 큰 기업과 전략적으로 솔루션을 만드는 게 현실적이지 않나? 시애틀시가 MS와 얼마나 긴밀하게 협력하는지 소개해 달라.
Q2. (해외솔루션 도입) 해외 솔루션이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도입장벽을 낮추는 방법은 무엇인가? 실제로 서울기록원은 Preservica와 Archive-It, 대통령기록관은 Archive-It 구독을 검토했으나 무산되었다. 웹과 이메일 아카이빙, OAIS를 충족하는 디지털 보존시스템, 온라인 카탈로깅 등은 해외 솔루션이나 전문 오픈소스를 도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국내 수요가 적은 상태에서 경쟁력 있는 솔루션이 등장할 가능성은 앞으로도 매우 낮다.
Q3. (문서포맷) hwp나 doc 등 고유 포맷과 개방형 포맷을 병행해도 되지 않나? 한컴과 MS는 신뢰 가능하지 않나?  MS의 문서포맷은 오픈소스뷰어가 있어 활용에 문제가 없기도 하다.
Q4. (RMS) 25-26쪽에 온나라 결재문서와 행정정보데이터세트, 메신저, 이메일 등을 전사적으로 관리하는 콘텐츠 관리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다. 현행 RMS가 MS Purview처럼 진화해야 하는 것인지, 별도로 만드는 것인지 궁금하다.
Q5. (리텐션 스케쥴) 리텐션 스케쥴과 기록관리기준표 운영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작성하는 항목은 유사한데 내용의 상세함이 다른 것인지, 기록관리 담당자가 직접, 더 실효적으로 작성하는지의 차이인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기록관리기준표나 BRM의 작성은 기록관리전문요원보다는 외부 연구자나 행정안전부의 BRM 컨설턴트가 주로 수행한다)

4. 아카이브용 OSS 간략 소개

5. 국내 OSS 사용현황

2013년 이후 NPO, 대학교, 박물관 등 34개 단체에서 활용. Omeka, Solr 편중
민간(18) : NPO(13), 재단(3), 학회(1), 단체.모임(1)
공공(9) : 국립공원, (재)자원봉사센터, 화성제암리순국기념관, 성평등도서관, 광명시평생학습센터, 기획재정부, 교육부, 동대문구청, 서울시북부교육지원청
대학(6) : 한성대, 중앙대+NYU(노근리), 공주대, 인천대, 부산대, 연세대(김수영)

참고자료

오픈소스 기록시스템 동향.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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